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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07.08.10.] 좋아서 뛰어든 애니… 쉽지 않지만 재미

등록일 : 2007-08-10 14:11:53

조회수 : 6690

"좋아서 뛰어든 애니… 쉽지 않지만 재미"
부산서 고군분투하는 김성길·김영진감독
3D 애니 '더 버드' 클레이애니 '도라독스'
부산국제어린이영화제서 세계 첫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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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길(왼쪽) 감독과 김영진 감독은 초면인데도 기자를 앞에 두고 서로를 인터뷰하느라 바빴다. 두 사람의 애니메이션은 17일부터 21일까지 열리는 부산국제어린이영화제에서 첫 공개된다.

오는 17일 시작되는 2007 부산국제어린이영화제(약칭 비키)에는 눈에 띄는 작품이 있다. 개막작 '더 버드'와 비키 애니메이션 초청 섹션의 '도라독스'. 두 작품 모두 월드프리미어(세계 첫 공개)이고, '메이드 인 부산' 애니메이션이다. 개막작 낙점을 다투었던 김성길(32) 감독과 김영진(34) 감독은 73년생과 75년생으로 비슷한 또래였다. 서로에게 궁금한 게 더 많았던 둘을 만났다.

'도라독스' 이야기부터 먼저 들었다. '도라독스'는 인기 케이블 애니메이션 채널 투니버스에서 방영된 클레이 애니메이션 시리즈. 10분 길이 26회 시즌1 방영이 지난 5월 끝났고, 시즌2 제작을 막 마쳤다. 산골 유치원 꼬마 동물친구들이 다투고 화해하는 좌충우돌이 줄거리다. 상영되는 건 시즌2. 시즌1에 소심 돼지, 호랑이 선생님 등 동물 캐릭터를 추가했고 길쭉했던 캐릭터도 동글동글 귀엽게 다듬었다. 내레이션과 표정뿐이던 것에 대사도 넣었다.

'도라독스'의 출발은 ㈜네오테크놀러지가 김영진 감독이 대표로 있던 '바스락'에 방송용 애니메이션 공동제작을 제안한 2005년 2월로 거슬러올라간다. '바스락'과 동서대 학생들 10여명이 꼬박 1년을 매달려 시즌 1을 완성한 게 지난해 6월. 김성길 감독이 "때깔이 좋아 국내 작품인 줄 몰랐다"던 화사한 색감의 배경과 풍부한 표정은 순 영상제작비 1억2천만원으로 완성됐다. "서울 쪽 작품들의 딱 10분의 1"로 보면 되는 초저예산이다.

그 사이김영진 감독에게 남은 건 만성 위궤양과 빚이다. 영산대와 부산대에 출강하는 '교수님'이지만 며칠 전에는 창원에서 벽화 아르바이트도 했다. 그래도 늦깍이 한국화 미대생 시절, "나도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 하나로 동기 한 명과 컴퓨터 한 대, 카메라 한 대로 완성한 클레이 단편으로부터 꼬박 10년 동안 "좋아하니까 하고, 하니까 재미있는" 마음은 그대로다.

"하고 싶은 걸 하자"는 것은 김성길 감독이 '더 버드'를 완성한 힘이기도 하다. 2004년 어렵게 입사한 서울의 게임회사를 사흘 만에 그만두고 아버지와의 이야기를 시나리오로 쓰기 시작한 것도 자기 이야기를 주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 하나였다. 2005년 3월, 모션캡처 강사이던 김나경 씨와 학교 후배 한상원 씨와 함께 작업을 시작했지만, 모션캡처를 도입한 3D 애니메이션은 무엇보다 돈이 많이 들었다.

차비를 빌려 상경해서 응모하곤 했던 제작지원 공모는 줄줄이 미끄러졌다. 첫해 여름은 에어컨도 못 켰다. 매일 같이 새벽 2시까지 사무실에서 씨름하는 사이 여자친구도 떠났다. 결국 지난해 동서대 지원사업에 선정돼 제작비 3천500만원의 상당 부분과 후반작업을 지원받아 20분짜리 단편을 완성했다. 그리고 "많은 자본과 기술을 쏟아부은 애니메이션에서나 볼 수 있는 디테일의 미감은 이 작품이 거둔 커다란 성과의 작은 부분일 뿐"이라는 추천사로 어린이영화제의 개막작이 됐다.

1년쯤 걸릴 줄 알았던 작업이 길어지는 사이 "가족들과 영화제에서 내 영화를 보고 싶다"던 감독의 바람은 끝내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 됐다. 술을 드시고는 아들의 방에서 자꾸 "새 소리가 난다"던 아버지는 "말로 못한 마음을 담아 꼭 보여드리고 싶었던" 아들의 영화를 보지 못하고 2005년 10월 세상을 떠났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아버지에게 느꼈던 회한과 자책, 그럼에도 버릴 수 없는 생에 대한 희망은 영화 속에서 폭격이 예정된 마을의 부녀 이야기로 바뀌었다. 놀라울 만큼 섬세한 표정과 동작, 쓸쓸한 배경묘사 속에 담긴 아들의 마음에 어머니는 펑펑 우셨다.

앞으로 김영진 감독은 새로운 단독 단편 작업과 함께 클레이 애니메이션 제작 교육서를 쓴다. 김성길 감독은 '더 버드'를 부산국제영화제에 출품 해두었고 이제는 장편을 찍고 싶단다. 둘은 "다른 영화제에서도 분명히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클레이는 애니메이션의 움직임을 알 수 있는 기본이라 도움이 되겠다"고 서로를 격려했다. 이렇게 부산에서 애니메이션 만들기는 계속된다.

최혜규기자 iwill@busa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