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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2018.03.04] 교사들 공부모임 '사각형프리즘' "다른 별 사는 학생들과 미디어로 교신해요"

등록일 : 2018-03-07 10:4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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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들 공부 모임 '사각형 프리즘' "다른 별 사는 학생들과 미디어로 교신해요"

▲ 부산지역 초등학교 교사들이 주축인 '사각형 프리즘' 회원들이 선별한 영화 장면들을 붙여놓고 서로 의견을 나누고 있다. 강원태 선임기자 wkang@

인간은 대상과 접촉을 통해 자신을 변화해 나간다. 그것이 사람이든, 사물이든 끊임없이 일어나는 상호 영향을 통해서다. 그래서 보편적인 대상이 세대마다 다를 경우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불화가 발생할 수 있다. 지금처럼 가상공간 발달로 인해 그 대상의 비현실성이 현실성을 대체하는 경우에는 변화와 불화 양상이 질적으로 차이가 난다. 현실과 가상이 시공을 초월해 뒤섞이는 사태를 다르게 판단하는 사람 간에 대화가 제대로 이뤄질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변화 속도가 빨라질수록 그런 부조화는 불가피하게 심화한다. 

이런 현상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곳이 바로 교육 현장이다. '영상물 세대'라고 불릴 정도로 가상 공간에 익숙한 학생들과 그렇지 않은 환경에서 성장한 교사들 앞에 놓인 틈새는 협곡마저 연상하게 한다. 그 계곡을 기존의 일차원적, 평면적인 교육 도구로 넘겠다는 발상은 썩은 다리를 놓겠다는 행위나 다름없다. 어떻게 해야 이 커다란 틈을 제대로 메울 수 있을까. 또 그 해법이 사회 소통의 길잡이 노릇을 맡을 수 있을 것인가. 

사용하는 언어도 다르고  
세상 보는 수단도 다른 학생들과  
살아 있는 소통하려 영상 등 공부  

10년 넘게 활동하며 BIKY 운영도  
학부모 미디어 교육 등 저변 확대  
경험 녹여 낸 안내서도 곧 출판 

■가르침 흐름이 바뀐 시대
 

과거에는 경험 많은 노·장년층에서 내려오는 가르침이 아주 중요했다. 농경·공업 사회에선 지혜와 경험이 막강한 위력을 발휘했다. "노인 한 명이 죽는 것은 도서관 하나가 사라지는 것과 같다"는 말까지 나왔다. 하지만 이제는 나이로 지식 전달·전수를 운운하는 시대가 지나갔다. 지금껏 존재하지 않는 정보 지식이 중시되면서 가르침의 흐름이 청소년층에서 노·장년층으로 바뀌는 양상이다. 현대가 가르침 흐름이 전도된 인류 역사상 최초의 시대라는 진단마저 나온다. 

이처럼 강물이 거꾸로 흐르는 사태 앞에서 교사들은 어찌할 줄 몰라 우왕좌왕하기 쉽다. 헤엄쳐 다가갈수록 학생과 거리는 멀어질 뿐이니 말이다. '사각형 프리즘'의 출발은 바로 이 고민에서 비롯됐다. 초등학교 교사 몇 명은 10년 전 별세계에 사는 학생들과 조우하려고 머리를 맞댔다. 기존 틀을 깨지 않으면 제대로 대처할 수 없다는 인식을 공유했다.  

'사각형 프리즘'이란 모임 이름에는 이런 의미가 담겨있다. 15명으로 구성된 이들은 그 방법으로 영화·영상과 미디어 분야에 주목했다. 영화는 온갖 줄거리와 사건, 캐릭터, 비유와 상징을 영상으로 전한다. 기존 예술 장르를 뛰어넘어 제팔예술로 일컬어지는 전위적 요소도 지닌다. 뉴스와 광고는 세상사 변화를 좇는 선두에 서 있다. 멀티미디어 기능으로 청소년의 정신과 일상을 지배하는 스마트폰과 게임도 빼놓을 수 없는 분야다. 

이들은 매달 한 번씩 부산교육대학교에 모인다. 영상물과 미디어를 효과적으로 교육에 접목하는 방법을 두고 공동 연구를 하고 의견을 나눈다. 창의적 체험 활동 시간에 학생들과 함께한 영화 읽기, 영화제작, 뉴스·광고 보기 등에서 느낀 점을 교류하고,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는 활동이다. 

■이중의 장벽 극복하려는 노력 

이는 교육 효과를 높이는 동시에 자신들이 성장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정동준 회원은 "학생들과 교감을 하려면 언어의 한계와 세상을 바라보는 수단을 달리하는 이중 장벽 앞에서 절망을 느낄 때가 있다"며 "이런 순간 영화와 미디어를 통한 교육이 희망의 불빛으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사각형 프리즘'은 연구 모임과 창의적 체험 활동 수업에 머물지 않고, 학부모 교육도 병행한다. 더 나아가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BIKY)에서 중심 역할을 맡고 있다. 운영진을 맡고, 포럼을 진행하면서 영화제 저변 확대를 모색한다. 비전문가라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자체 공부는 물론 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부산시청자미디어센터와 미디어 현장 종사자들과 함께 미디어교육포럼을 결성했다. 그 세월이 10년이니 '사각형 프리즘' 소속 교사들의 미디어 지식수준은 전문가에 버금간다. 게다가 교육 기법이 가미되었으니 미디어 교육 분야에서는 최고 수준이라고 자부할 만하다. 

'사각형 프리즘'은 새 학기를 앞두고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학교 울타리를 넘어 '판을 키우는' 작업이다. 공기와 같은 역할을 하는 멀티미디어에 대한 이해가 교육 울타리에 갇혀서는 안 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미디어 환경에 대한 선이해가 집단과 세대 간 소통을 원활하게 해줄 수 있다는 믿음에 기반을 둔다. 아무리 학교 내 미디어 교육이 잘 진행되더라도 사회 인식이 그에 따르지 못한다면, 한계가 쉽게 드러난다는 인식도 함께 하고 있다.  

이를 위해 그들은 그간의 경험과 지식을 총집합한 미디어 안내서 출판을 선택했다. '사각형 프리즘'은 매주 모여 책 구성에 열정을 쏟는 중이다. 영화와 미디어를 더욱 깊이 보고, 제대로 경험할 수 있는 매뉴얼이 우리 앞에 곧 등장하게 될 예정이다.

■'판을 키우는' 작업 돌입 

오는 4월 말께 출간할 첫 작품은 영화 '버팔로 라이더'를 집중적으로 분석한 책이다. 조엘 소이슨 감독이 만든 이 영화는 엄마의 죽음 이후 실어증에 걸릴 정도로 방황하던 제니가 친척들이 사는 태국에 가는 것으로 시작한다. 제니는 그곳에서 말을 하지 못하는 '분로드'라는 새 친구를 만나면서 마음의 문을 연다. 태국을 배경으로 감동적인 스토리가 펼쳐진다.  

이 책은 먼저 '버팔로 라이더'의 줄거리와 사건, 캐릭터, 비유와 상징, 장르 교차, 인문학 의미 등을 소개한다. 이어 캐릭터를 중심으로 학생들과 직접 실습한 내용을 보여주면서 독자들을 인도한다. 인상 깊은 인물과 당신과 닮은 인물, 닮고 싶은 인물을 생각하게 만든다. 역할 연기를 통해 다른 사람의 심정을 이해하는 과정도 거친다. 나와 비슷한 영화 속 인물(비율)을 찾고, 그런 친구들을 찾는 활동을 하면서 자신을 돌아보지 않은 사람의 어려움을 생각하는 내용도 있다. 

'사각형 프리즘'은 캐릭터 중심 분석을 한 이 책에 이어 영화 '완두콩 위의 롤라'를 비유와 상징 측면에서 바라본 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다문화, 장애우를 다룬 영화를 선별해 이를 다각적, 심층적으로 바라보는 안내서도 출간할 예정이다. 영화에 이어 각종 미디어, 게임 등 다른 장르에 대한 책 출판도 목록에 포함돼 있다. 

이태윤 회장은 "매 순간 미증유의 일이 일어나는 현대에서 우리 삶을 이해하고 바꾸는 힘이 되고자 하는 게 소망"이라며 "이런 역량이 있어야만, 교육 현장은 물론 사회에서 제대로 소통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준영 선임기자 gapi@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