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대 소녀 옥주와 어린 남동생은 아빠와 함께 할아버지의 집에서 더부살이를 시작한다. 이 집에 가끔 옥주의 고모가 놀러 오곤 한다. 옥주는 여기서 유년의 가장 중요한 한 시절을 보내게 된다. 잊지 못할 사랑과 상처와 갖가지 작별의 순간들이 옥주의 삶 안에 각인된다.
프로그래머 노트
어느 여름밤 옥주와 동주 두 남매가 꾸었을지도 모를 가족에 대한 그리움, 느슨하지만 분명한 서사와 연결고리들이 있어 드라마에 힘이 있다. 할아버지의 죽음을 기점으로 일상의 소소한 불만과 걱정근심들은 부재의 슬픔과 회한의 감정들이 되어 무상할 뿐이다. 할아버지 생신 때와 장례식장, 두 대비되는 장면에서 보여주는 동생 동주의 춤씬은 관계를 향한 갈망과 감정의 깊이를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동주는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에서 동생 역을 맡았던 류노스케를 닮은 듯한 생기와 존재감으로 영화의 묘미를 높이고 주인공 옥주의 연기력은 말할 것도 없다. 할아버지의 집이 품고 있는 장소적 아우라를 극대화하는 장면 연출도 인상적이다. (변혜경)